일상/일기장

인터넷 문화에 대한 요즘 생각들

고양이뛴다 2023. 11. 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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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문화라고 거창하게 제목을 지었지만, 사실 요즘 들어 생각이 많아진 건 댓글들에 대한 생각이다. 인터넷 페이지 어딜 가나 댓글들이 있다. 뉴스 페이지나 스포츠 영상, 하다 못해 듣도보도 못한 커뮤티니 사이트에도 댓글이 있다. 인터넷 세상의 댓글은 흔히 쓰는 카톡이나 먼 옛날 처음 나와 유행했던 랜덤채팅처럼 쌍방 소통이 되는 대화의 특성도 있고, 그냥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만 하고 피드백을 받지 않는 일방적 소통의 면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댓글에 대한 반응을 기대하고 궁금해하는 심리가 당연하기에, 나는 댓글이 쌍방 소통의 채팅과 같은 기능을 더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가상 세계가 품는 거대한 이상인 익명이라는 것이다.


익명은 현재 인터넷이 내세우고 있는 비전이자, 이상하리만치 강조되고 당연시되는 특징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커뮤니티가 익숙해진 세대에게 여러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거리는 것은 마치 하릴없이 쏘다니는 어린아이가 여기저기 늘어선 시내의 간판에 눈도장을 찍는 것과 같다. 인터넷의 쉬운 접근성은 힘들이지 않고도 빠르게 여러 가지 페이지를 오갈 수 있게 하고, 눈에 띄는 좋은 가시성과 슬쩍 보이는 그 간판의 강렬한 인상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언제든지 이 가상의 간판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이 인터넷 세상은 그저 무료함을 달래줄 순간의 요깃거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터넷의 특성인 익명이 빛을 발한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익명성으로 얻는 이득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리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나를 보고, 나도 그들을 본다. 하지만 현실과 달리 나는 자신을 꾸며낼 수 있다. 나는 그들을 함부로 하는 악인이기도 하고, 마음속에 있는 착한 사람이기도 하고, 혹은 그저 자신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기도 한다. 익명을 필두로 나타난 자신의 여러 군상들은 곧, 그 뒤에 숨은 진짜 사람의 의중에 의해 마음껏 모습을 변할 수 있다. 나는 이 현상에 사람들이 마음을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나 보고 싶은 인간상을 댓글을 통한 익명의 인격을 통해 꾸며내고 또, 그것을 보여주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댓글들은 곧 인터넷 세상에 문화를 만들고 주류의 흐름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러한 댓글의 표면적인 모습을 세상의 흐름으로 생각한다.  나는 댓글을 통해 실제 세상을 유추해 보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인터넷 또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 인터넷 문화를 현실에 맞춰 생각해 보았다.


가장 먼저 주목해 보아야 할 점은 인터넷에서 보여지는 것은 꾸밈없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현실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본인의 이상이나 욕구를 말한다. 마치 군중에 숨어있을 때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거대한 커뮤니티일수록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더 잘 표출한다. 그 본모습의 표출에서 주류가 생기고 문화가 생기는 현상은 현생에 지친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세대가 묶여 함께 모이기에 그 페이지에서 사람들의 모습은 한 세대를 대표한다 생각되기도 한다.

 

이제 사람들은 저마다 그곳에 모여서 활발히 소통한다. 시덥잖은 농담을 하기도 하고, 다른 의미로 시덥잖은 기싸움을 하기도 한다. 현실에선 못하던 말들, 못 꺼내던 생각들을 활발히 공유하고 의견을 물어본다. 나처럼 글을 쓰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댓글로 자기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이렇게 저마다의 의견을 교류하고 성장하는 것은 엄청 좋은 일이다. 하지만 현실과 다른 점은 인터넷에서 한 말들은 모두 기록되고 시간이 지나도 다른 사람들이 다시 읽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의 주제가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것이라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인터넷이라고 계속 말했지만 더 솔직히 말해서 커뮤니티라고 하는 게 좋겠다. 인터넷에서 뭔 일이 났다 싶으면 항상 커뮤니티가 껴있다.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 커뮤니티일 때도 있고, 어떤 사고에 대해 여론을 만들고 그것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 커뮤니티 일 때도 있다. 이 글을 들어와서 읽어본 사람들은 모두 커뮤니티의 특성에 대해서 알 것이다. 각 커뮤니티마다 이상하리만치 서로를 싫어한다. 성별과 연령도 다르고 성향도 천차만별이다. 이쪽에 있던 사람들이 다른 쪽으로 넘어가더라도 이미 자리를 꿰차고 있는 사용자들과 맞지 않으면 쫓겨나버린다. 이렇듯 나는 커뮤니티라는 인터넷 문화는 보기보다 아주 폐쇄적이라고 보고 있다.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성향과 사상이 뚜렷하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그들이 추구하는 이익도 다르다. 연령과 성별이 나눠져 있으니 아주 세세하게는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추구하는 바가 같다는 말이다.

 

이제 커뮤니티는 어떠한 사상이나 사건, 현상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한다. 한 커뮤니티에 모여서 의견을 조율하고 내놓은 결론은 인터넷에 영원히 기록되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읽어볼 수 있다. 여기서 내가 생각이든 것이, 요즘 커뮤니티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결론들은 자주 비관적이거나 냉소적이다. 솔직히 냉소적인 쪽이 더 큰 것 같다. 별거 아닌 일에도 커다란 잣대를 들이밀기도 하고,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야박해지기도 한다. 커뮤니티에서 세운 커다란 탑과 같은 그 규율들이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조금 더 따뜻하고 덜 자극적이게 행동할 수 있는데 말이다. 큰 이슈(커뮤니티가 세운 결론들)는 자주 곡해되고 그들 입맛대로 바뀌어도 순식간에 퍼지는 탓에 다시 고칠 수 없다. 고치더라도, 고친 내용이 자극적이지 않으니 널리 퍼지지도 않는다.

 

내가 느끼기에, 커뮤니티에서 나온 결론들은 아직 어리다. 일부 못된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꾸미고 고쳐서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결론들은 너무 감정적이고, 냉소적이며, 편협하다. 커뮤니티에 모인 사람들이 비슷한 성향을 가진다고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여기서 문제점이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기록되고 다시 볼 수 있다는 특징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간다. 좁은 시야로 만들어진 엉성한 결과물들이 현실 사람들에게도 널리 퍼져나간다. 이러한 일들을 가속화하는 것이 바로 TV, 인터넷 뉴스인 것 같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감각을 따라간다고 하면서, 알만한 이름의 신문사나 공영 TV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야기가 기사로 쓰인다.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어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나 의견, 쉽게 말해 여론이 현실까지 퍼지는데 뉴스들이 지대한 공헌을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너무 편협하고 냉소적인 의견들이 마치 전 국민의 의견인 듯 광고한다. 커뮤니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제 그 커뮤니티들에서 나온 결과물을 평범한 사람들이 믿는 공통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조금 전에 커뮤니티의 결론들이 자주 냉소적인 것 같다고 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커뮤니티에선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것이 점점 미덕이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에서 자주 의견을 말하고 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현실에서는 활발하지 못할 거라는 아주 잘못된 편견이 있다(아마도). 세상을 보는 눈이 날카롭다면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일부 커뮤니티에 상주하며 여론몰이를 일삼는 사람들의 큰 특징은 무엇이든 비판할 점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미덕이 된 냉소적인 시선은 점점 영향력을 넓혀가서 현실세계까지 왔다.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의 특정 결론을, 더군다나 현실에서도 큰 문제나 이슈로 다뤄지는 사건에 대한 결론을 열심히 퍼 나르는 공영 방송국과 뉴스 채널들은 커뮤니티의 공통된 특징인 냉소적임을 현실에 퍼뜨린다. 이제 이런 냉소적인 자세가 미덕이라는 게 퍼져나가니 세상에 불평이 넘쳐난다. 개중 멍멍 짖는 소리로 점철된 비뚤어진 사람은 자신이 이상한 사람인 줄 모르고 현실에서도 그 의견을 열심히 퍼 나르기 시작한다.

 

공부나 일을 열심히 하던 사람들은 잠시 쉬려고 고개를 드니 세상이 다 망가져있다. 성별갈등, 지역갈등, 사상갈등, 연예갈등(?) 등등 별 이상한 문제들로 세상이 들끓는 듯하다. 다시 고개를 처박자니 목덜미가 지끈거려서 잠시 산책을 나간다. 문을 열고 공원을 걸으니 별 문제가 없는 듯하다만 구석구석에서 눈에 밟히는 것들이 있다. 인터넷 여론에 뭇매 맞은 허물어가는 식당이나,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유명인이나, 반쯤 나체로 벗겨진 채로 기둥에 묶인 사상가 등등... 그래도 아직 하늘은 맑으니 고개를 들어 구름이나 구경한다. 차가운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거리의 온기를 거부한 채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그는 문을 닫으며 생각한다.

 

'세상이 이상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다시 창문을 확인하니, 이젠 사기꾼들이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이름표를 모르니 사기꾼인지 알 수도 없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사기꾼의 선물에 좋아라 하는 것을 보고 그도 호기심에 다시 문을 연다. 사기꾼의 선물엔 미래도 희망도 없지만, 가시 돋친 막대 사탕의 달콤함에 만족하며 돌아선다. 자기가 아픈 줄도 모른 체 날카롭게 가시를 세우는 것이 유행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는다.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뾰족하게 만들어보곤 입도 삐쭉 내밀어 본다.

 

'요즘엔 뾰족한 게 유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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