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 코는 소원해진 아내와의 관계에 대한 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사다리에 매달린 채로. 표정은 어색하고 시선은 허공을 향하고 있다. "
출처 : EUROGAMER, https://www.eurogamer.net/cyberpunks-storytelling-makes-starfield-seem-an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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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삐걱 된 스타필드
스타필드가 출시되고 1달 정도가 지난 지금, 이 게임은 사상 최고의 기대를 받으며 출시 되었지만, 뒤따른 잡음과 비판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부족한 최적화, 심각한 메인 스토리의 전개 수준, 부족한 컨텐츠, 겉 포장한 사기성 홍보 등등…. 게이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 폴아웃76의 처참한 실패 이후로 간만에 새로운 게임으로 돌아온 배데스다를 기대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들의 쇼케이스와 간간이 들려오는 개발 피드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기대가 너무 높은 탓일까 출시 직전 스타필드는 과열된 팬들의 성원이 부담스러워했다. 그리고 머쓱해하며 게임의 수준이 우리들의 예상만큼 높지 않을 거란 인터뷰를 짧게 했었다. 대망의 지난 9월 1일에 게임이 출시됐다. 거금 10만 원 상당을 지급한 이들에게 5일 일찍 게임을 플레이해 볼 기회가 주어졌고, 나는 방학 동안 즐긴 젤다의 전설 왕눈을 이을 게임으로 스타필드를 선택했다. 오히려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잘 포장된 그들의 선전이 귀에 하도 박혀서인가? 처음 게임을 키고 하루 종일 할 때는 그저 재미만 있었다. 한 3일을 내리 하고 나서는 온갖 인터넷의 부정적인 비판들이 마냥 좋지만 않았고, 개중 멍멍 짖는 비난들은 나의 확신을 더 견고히 했다.
(제일 화 나는 댓글 '이런 게임을 좋다고 하는 사람들 너무 불쌍해 ㅜㅜ 이런 게임만 할거 아니야 ㅜㅜ' 침대에서 ㅂㄷㅂㄷ하면서 바로 혼절...)
" 스타필드 개꿀잼인데 X나 억까하게 개XX들 ㅋㅋㅋ... "
이 악물고 억지로 웃은 것을 보면 알겠지만 조금은 느끼고 있었다. 대도시라 떠벌리던 스타필드의 뉴아틀란티스는 젤다의 전설의 성보다 좁았고, 그마저도 전철역을 빙자한 컷 신으로 난도질해놨다. 뭔가 부족한 메인 줄거리의 전개는 메이플 스토리 반복 퀘스트처럼 느껴졌다. 우주여행은 아예 없다시피 해서 그렇게 자랑하던 우주 전투는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스타필드는 아직 재미있었으니까. 그리고 누가 뭐라 해도 스타필드의 엔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중 우주를 통한 회기라는 주제 자체도 흥미로웠고 우주의 웅장함과 비범한 비밀을 알아낸 스타본에 내가 합류한다는 사실이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딱 그뿐. 엔딩을 통한 자연스러운 다 회차 플레이를 유도했는데, 이는 오히려 스토리텔링의 타당성을 해치는 것이었다. 동료들과 쌓아온 신뢰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그들을 버리고 다른 차원의 우주로 뛰어들까? 만약 다중 우주 여행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당장 그 우주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크게 개의치 않아 하지 않을까?
애초에 스타본이 되는 경위가 납득가지 않는다. 우연히 고대 유물에 접촉하자 형상을 보며 마치 영혼이 떠오르는 듯한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는데, 이것을 계기로 콘스텔레이션에서 활동하는 과정이 상당히 어색하다. 유물을 모으는 단체에서 온 바렛이 그 유물을 회수하러 찾아왔는데 ‘어, 너도? 야, 나도!’라고 말하더니 갑자기 자신이 타고 온 우주선을 맡겨버리고 자신은 볼 것도 없는 척박한 광산 행성에 남는다. 주인공은 바렛의 부탁으로 콘스텔레이션으로 찾아가고 유물을 돌려주곤 돌연 그들의 행동대장으로 남는다. 그 후 메인 퀘스트의 2/3 정도는 박진감 넘치는 동굴 총싸움으로 말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지루하게 느껴지는 유물 반환 임무가 계속되고,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이 된 후에 연출적으로나 스토리적으로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오죽하면 사이드 퀘스트가 더 재미있단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메인퀘스트에서 플레이어들을 움직이게 하는 명분이 부족하다.
- 이전 베대스다 게임들은 어땠고, 지금의 스타필드는 어떤가?
배데스다의 이전 게임들을 살펴보자. 우선 스카이림의 경우 죄수로 잡힌 상태에서 드래곤의 습격으로 참수를 면하고 우여곡절 끝에 화이트런이란 근처 대도시에 드래곤의 부활을 알리는 소식을 전하러 간다. 소식을 전하고 난 뒤 우연히 주인공이 직접 드래곤을 때려잡게 되고, 그 영혼을 흡수하며 자신이 비범한 종인 드래곤본임을 깨닫게 된다. 내가 죄수 출신이라는 게 조금 억울하긴 해도, 게임을 처음 켰을 때 새로운 세상에 덜컥 눈을 뜨는 오프닝은 썩 괜찮아 보인다. 게임의 주인공도, 플레이하는 우리도 어떻게 보면 스카이림 세상에선 전에 없던 새로운 존재이니까. 드래곤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개연성이 없다면, 개연성이 없는게 맞다. 개연성을 지키는 건 스토리의 재미를 없애는 일이다. 아무튼 드래곤의 습격에 살아남았고 충분한 명분으로 대도시 입성 후, 또 급작스러운 드래곤의 두 번째 습격에 내가 대도시를 구해낸다.
와우! 게다가 내가 드래곤본이라는 비범한 인물이라니! 자 그럼 세상을 한번 구해볼까?….
자칫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막상 게임을 해보면 정말 신나고 재미있는 스토리 도입부다. 폴아웃4는 스카이림 정도의 박진감이 없지만, 그래도 핵전쟁을 겪은 한 가족과 그들을 이용해 모종의 부조리한 실험을 하는 것 같은 미지의 단체.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찾으려는 부모의 처절한 사투는 꽤나 몰입도가 있다.
말이 한참 길어졌지만,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베대스다 게임의 본 재미는 메인 스토리를 기본으로 한 사이드 퀘스트를 하는 재미이다. 한참 메인 스토리를 따라 몰입하고 있는데 새로운 캐릭터가 툭 튀어나오며 나를 사이드 퀘스트로 안내한다. 어? 메인 퀘스트도 재미있는데 사이드 퀘스트도 재미있네? 하지만 스타필드는 다르다.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야 하는 명분이 없으니 몰입도가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굵직한 다른 팩션의 이야기에 눈을 돌리게 된다. ‘뭐야? 사이드 퀘스트는 재미있네?’. 이런 생각이 들게 되면 메인 퀘스트가 더 지루하게 느껴진다. 엔딩은 봐야겠고, 그런데 내용은 재미없고. 사이드를 열심히 돌다가 엔딩 보자 마음먹고 지루한 메인 스토리 중후반부를 억지로 끌고 가면 그제야 슬슬 재미있어진다. 메인 스토리의 지루함은 유물 모으기 심부름이 주된 이유다. 백번 양보해서 영험한 유물을 꼭 모아야 한다고 치자. 유물은 우연히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거나, 깊은 광산의 한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다. 유물을 지키는 사람은 없다. 타인이 이미 소유한 경우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유물이 귀해 보이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위해 들여놓았다. 그러니 주인공이 해야 할 행동은 그저 동굴에 먼저 자리 잡아 잘살고 있던 벌레나 우주 도적들과 싸우거나, 유물의 주인에게 사거나 빼앗는 것이다.
유물을 거의 다 모으고 중후반을 지날 때쯤이면 갑자기 스타본이라는 집단이 등장한다. 유물 모을 때는 어디에 꼭꼭 숨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거의 다 모으고 나니 갑자기 총을 쏴대며 너희들은 준비가 안 됐다나.
그 이후엔 몇 개 남지도 않은 유물을 지키고자 계속 주인공의 앞길을 막아선다. 사람들이 메인 스토리의 중후반에나 재미있다고 느끼는 이유가 이것이다. 유물을 모으는 이유도 모르겠는데 유물을 구하는 과정도 그리 재미있진 않다. 하지만 스타본이 기를 쓰고 주인공을 막으려 하고, 그들을 해치우고 유물을 손에 넣는 과정은 꽤 재미있다. 스타본이 우주 시대를 뛰어넘는 마치 외계인과 같은 기술을 갖은 특별한 집단인 것도 한몫한다.
엔딩을 향하던 중 주인공은 하나 불현듯 생각하는 것이 있다. “나 뭔 초능력을 얻었었는데?” 분명 어떤 사원에서 초능력을 얻은 후로 스타본들이 찾아왔다. 초능력? 무중력 만드는 그거? 우주선에서 한번 써봤다가 물건들 다 어질러져서 그 뒤론 안 썼는데? 도시에서 써보니까 뭐 별 효과도 없던데? 놀랍게도 내가 그렇게 등한시했던 스타본의 초능력은 전투에서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다. 무중력으로 적들을 잠시 허둥거리게 하거나, 충격파로 넘어뜨리는 등 게임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이지만 왠지 플레이어들은 그 초능력을 쉽게 지나치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초능력 사용에 임팩트가 크지 않고, 그 초능력을 얻은 후 자연스러운 사용을 유도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스카이림에서 처음 용언을 배우는 시기는 아주 이르다. 화이트런에서 용을 때려잡은 후 그 유명한 ‘푸스로다’를 배우는데 자연스럽게 게임의 기능을 소개한 이후 게임에서 여러 차례 용언을 이용한 퍼즐과 퀘스트가 있다. 플레이어는 용언을 여러 번 사용해보고 꼭 들러야 하는 던전과 용의 둥지에서 다른 종류의 용언도 배운다. 우리는 이제 용언을 많이 사용해보니 용언이 전투나 퀘스트를 깨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각각 용언은 사용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우연히 얻은 용언은 플레이 내내 우리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스타필드는 다르다. 우선 용언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초능력을 얻기 위해선 오직 초능력을 얻기 위한 퀘스트의 마크를 찍고 그리로 달려간다. 스카이림과 같이 여러 던전을 돌고 난 후 새로운 용언을 ‘우연히’ 얻는 것이 아니라, 무슨 능력일지도 모르는 초능력을 굳이 우주선을 타고 퀘스트 마크를 따라 찾으러 가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메인 스토리 중후반 정도면 어느 정도 캐릭터 스킬도 찍고, 그에 맞는 장비도 맞춰서 플레이 스타일이 굳어져 있다. 굳이 말하자면, 캐릭터 전투 스타일을 확고하게 맞추는 사람에게, 중후반이 돼서야 새로운 전투 기능을 소개하고, 얻는 과정도 귀찮게 해놓으면 잘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게임의 큰 축을 담당하는 기능을 중후반에야 소개하고 억지로 이용할 장소를 만들지 못한 것이 이 게임의 재미 하나를 없애 버렸다고 생각한다.
- 사이버펑크가 호평을 받는 이유
솔직히 사이버펑크의 출시 직후 악명은 스타필드와는 비교도 못 할 만큼 참혹했다. 게임 트레이너와 비교해 확연히 떨어진 그래픽과 캐릭터들의 디테일. 최적화는 말할 필요도 없고 넘치는 버그와 답답한 시야는 한껏 기대하던 플레이어들이 환불러쉬를 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들이 말하던 진짜 사람 같은 거리의 시민들은 어디에도 없었고, 애초에 게임을 자세히 들여 보기엔 진행 자체가 힘들었기에 사람들은 그 게임성을 충분히 경험해 보기도 힘들었다. 어째선지 스타필드에서 한참 욕먹은 전철 시스템은 사이버펑크에도 그대로 있다. 그들이 욕을 먹고 지금에서야 나아진 그 괴리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사이버펑크는 출시 초기부터 애초에 괜찮은 게임이었다.
버그가 없고 최적화만 괜찮았다면(중요) 캐릭터의 서사와 풍부한 스토리, 밀도 높은 도시, 동네 저마다의 색다른 경관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이트시티를 마음껏 가로지를 수 있는 도로들은 자동차로 빠르게 넘어감에도 도시를 거니는 느낌을 준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전투 그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캐릭터의 스킬 트리가 재미없었고 부족한 경찰 시스템과 전투 ai는 출시 당시에는 굉장히 부족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이버펑크의 출시와 함께 나온 사람들의 평가와 인식은 원래 게임성보다 한참을 밑돌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그 당시 게임 출시 시간에 맞춰 플레이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환불해버리고 한참을 다시 찾지 않았다. 게임이 괜찮아진 1.6 패치 이후에 다시 사서 플레이 해봤고 나는 V가 누비는 나이트시티에 매료되었다.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애니메이션이 나올 때 반등을 한번 겪고, 얼마 전 9월 26일 사이버펑크 팬텀리버티가 출시되어 다시 반등하고 있다. 말이 반등이지 이번 확장팩 출시는 2.0 패치와 더불어 엄청난 인기몰이 중인데 마치 새로운 게임이 출시된 것 같이 주목받고 있다. 아마 출시 직후 사이버펑크의 상태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버렸기 때문일 텐데, 나는 앞서 말했듯이 사이버펑크는 애초에 좋은 게임이었다고 생각한다. 욕을 한창 먹고 플레이스테이션에서 게임이 내려가는 수모를 받았지만, 게임의 콘셉트와 재미는 확실했고 나라에서 돈도 받은 상태에서 이 게임을 포기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사이버펑크의 괜찮은 게임성은 최적화와 버그를 하나하나 고쳐가며 점점 두각을 드러냈고, 달라진 게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1.6 패치와 엣지러너의 방영은 사람들을 다시 사이버펑크로 돌아오게 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진정한 나이트시티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번 확장팩과 2.0 패치에서 포텐을 터뜨렸다. 달라진 경찰 시스템과 더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위한 스킬 트리, 엣지러너와 연관성도 챙기며 게임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물론 출시 당시와 비교하면 최적화도, 버그도 많이 좋아졌다.사람들이 게임에 몰입하기 시작하니 이제야 게임이 진가를 발휘한다. 거리를 걸어 다니니 멋진 건물과 npc들, 곳곳에서 벌어지는 갱들의 총격전과 플레이어는 모를 스토리를 가진 캐릭터들이 곳곳에서 대화하거나 전화하고 있다.
나이트시티를 걷다보니 문득 생각이 든다. "오, 살만한 도시인데?" 점점 도시가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느껴지니 스토리와 주변 인물들의 서사도 눈에 띄게 몰입된다.
철없이 보일 수도 있지만 주인공 V는 범죄와 공권력이 끊임없는 눈치 싸움을 하는 나이트시티에서 돈을 벌기 위해 불법적인 일도 마다치 않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다. 어찌어찌 파트너를 만나고 승승장구하며 살아가다 드디어 거물에게서 의뢰가 들어온다. 우여곡절 끝에 일이 잘 끝나나 싶더니 세계 최고 권력자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파트너도 죽고 V도 곧 죽을 운명에 처한다. 죽지 않을 거야! 라며 기를 쓰고 본인을 치료할 방도를 찾으며 게임의 스토리가 진행된다. 어떤가? 스타필드와는 비교도 못 할 만큼 스토리의 도입부가 탄탄하다. 전투 방식도 스타필드에 비하면 어나더레벨 수준이다. 라이플, 샷건, 권총과 스마트 무기로 총을 쏘는 재미도 각각이 다르다. 근접으론 검, 단검 등이 있고, 심지어 넷러너 컨셉으로 무기 없이 원거리에서 상대를 지워버리거나, 맨손으로 사람 분쇄도 가능하다. 온갖 사이버웨어로 전투 스타일이 완전 달라지고 사용하기에 따라 영화같은 연출로 플레이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점은 사이버펑크는 성인 게임답게 '적당히' 야하다. 그에 반해 스타필드는 그저 총알, 레이저, 근접 무기, 주먹으로 분류된 공격이 있고 그마저도 사이버펑크처럼 세세하게 분류되진 않았다. 아무리 사이버펑크가 출시 초기 여론과 지금 여론의 격차로 실제보다 더 괜찮은 게임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지만,
여기저기 뜯어봐도 사이버펑크는 스타필드보다 훨씬 좋은 게임이다.
이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들며 두 게임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 불 붙은 게이머들의 저울질, 근데 이제 잘못된 비유를 곁드린.
사이버펑크가 기대만큼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최근 들어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많은 사람을 열광하게 했다. 사이버펑크가 느지막이 세상의 관심을 받는 지금 사람들은 비슷하게 우리를 열광케 했던 스타필드가 생각났다. 어? 스타필드 할만한 게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이버펑크랑 비교하니까 상대가 안 되잖아? 나이트시티를 봐봐. 뉴아틀란티스나 네온에 비할 수가 없잖아? npc들은 둘째치더라도, 주요 인물들 묘사도 그렇고. 으윽, 스타필드 동료들 표정이랑 행동 묘사 좀 봐. 역시 사이버펑크야. 스타필드 망겜. 물론 전혀 상관도 없는 두 게임을 싸움 붙이는 게 이상한 일이지만, 최근 두 기대작 사이의 인기몰이 싸움은 스타필드가 패배한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표현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정확한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스타필드는 엑박패스를 필두로 쌓인 플레이어 수를 광고 중이기에 실제로 게임을 사고 진득하게 즐긴 사람의 수는 확인하기 어렵고, 사람들의 열기나 여론 등을 고려하면 사이버펑크의 완승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스타필드와 사이버펑크의 게임성을 비교하기 전에 두 게임의 차이점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먼저 사이버펑크는 인물의 서사와 연출 중심의 스토리 게임이다. 그들이 열심히 자랑하던 오픈월드는 위쳐 3 이후로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그 의미가 조금 바뀌었다. 그 몇 년 사이에 오픈월드의 정의가 바뀐 주된 이유는 젤다의 전설 야숨이었다. 물론 사이버펑크도 퀘스트에 자유도가 있고 본인 결정에 따라 엔딩이 달라진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오픈월드의 정의는 조금 달라졌다. 내가 생각한 오픈월드의 진수는 바로 마인크래프트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마치 현실처럼 여러 가지가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 퀘스트 선택지나 엔딩 분기는 다른 게임에도 많지만, 그들 중에 오픈월드를 표방하지 않는 것도 있다. 언더테일이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여러 엔딩을 가지고 오픈월드라 하지 않는 것처럼 이제 이런 스토리적 자유도는 모든 게임의 기본 소양이 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사이버펑크는 오히려 오픈월드가 아니다. 오픈필드라면 모를까. 단순히 대사 선택지가 많고 한 퀘스트 라인에서 다른 퀘스트 라인으로 자유롭게 넘어갈 수 있다고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는다. 사이버펑크가 진정한 오픈월드가 되려면 아라사키의 사장이 암살될 때 현장에서 스매셔를 죽이고 엔딩을 볼 수 있게 하거나, 퀘스트 주요 인물을 죽여서 선택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어야 하거나, 더 나아가 내가 픽서가 되거나 갱 조직을 결성할 수 있어야 한다.
사이버펑크는 이야기의 전개와 선택에 집중하지, 내가 엉뚱한 짓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
나랑 같이 마약 팔아서 돈 벌 사람? 저 세력이랑 거래도 할까? 아라사카? 그냥 들어가서 싹 밀어버리자! 같은 선택지는 없다. 오픈월드가 아닌 사이버펑크는 이제 다른 곳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오픈필드를 무대로 이야기 전개와 연출력을 통해 몰입감을 높이고 전투에 특화된 여러 가지 기능들을 넣어줬다. 기승전결과 컷신 연출, 대사 연기력과 다양한 선택지, 전투 트리의 다양성은 원래도 재미있던 사이버펑크를 완성형 게임으로 만들었다. 사실 자잘한 버그들은 아직 있지만 전처럼 게임 진행 못 하게 하는 심각한 버그는 없다.
그에 반해 스타필드는 당당히 오픈월드를 표방하고 있다. 그들이 표방하는 오픈월드는 스토리의 선택지가 아니라 그 양에 있다. 퀄리티 높은 많은 퀘스트들은 여기저기 널려있다. 하지만 스타필드 역시 퀘스트 안에서 그리 자유롭지 않다. 여러 대사가 동료의 호감도에 영향을 미치거나 설득 시스템으로 퀘스트를 다른 방향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 대사들과 제작진이 준비한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가지고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라고 하기엔 우리가 봐온 게임에서 자유도는 너무 기준이 높다. (생성형 ai를 이용한 즉각적인 피드백과 랜덤한 대화를 게임으로 만들기 전에는 자유도 높은 대사란 없을 것이다) 스타필드는 그들의 자유도를 퀘스트 외적인 곳에서 더욱 강화했다. 무기를 강화하고 입맛대로 기능을 부과하는 기능은 세세하게 돼 있고 말 그대로 무기 전체를 바꿀 수 있다. 항상 타고 다니는 (하지만 이륙과 착륙 장면밖에 못 보는) 우주선도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 수 있고, 돌아다니며 노략질로 돈을 챙기거나, 우주선을 뺏거나, 밀수품을 몰래 가져와 큰돈을 챙길 수도 있다. 누구도 발견 못 한 행성에서 나만의 기지를 짓고, 나를 따르는 동료들과 함께 그 기지에서 생활할 수 있다. 기지의 지하자원을 자동으로 캐는 장비를 설치하고 이걸로 큰돈을 벌어들이고 전 우주적인 광물 사업가가 될 수도 있다.
이렇듯 스타필드는 사이버펑크와는 다른 샌드박스 게임이 껴있다.
베대스다는 이런 샌드박스 형태의 부분을 가지고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를 표방하고 자랑스러워한다. 솔직히 나는 그리 비루해 보이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사이드 스토리는 재미있고 연출도 괜찮다. 사이버펑크보단 덜 하지만. 엔딩도 하나뿐이지만 재미 있었지. 사이버펑크보단 덜 하지만. 전투? 출시 전 영상에 비하면 타격감 있게 잘 고쳤다. 사이버펑크보단 덜 하지만. 이렇듯 스타필드는 사이버펑크가 강점으로 생각되는 부분과 비교하면 퀄리티가 떨어진다. 하지만 스타필드는 사이버펑크가 가지지 않은 게 많다. (딸각. 빠른 이동이긴 하지만) 우주라는 공간에서 이야기를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상상하던 것을 해볼 수 있고, 여러 행성을 오가며 내 집을 직접 만들 수 있다.
스타필드 욕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사이버펑크와 비교하려면 사이버펑크의 강점과 비교해선 안 된다.
스타필드는 오픈월드를 챙기기 위해 사이버펑크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넣어야 하는데, 이야기와 연출에 집중한 사이버펑크에 비하면 당연히 밀릴 수 있다. 비약하자면, 카운터스트라이크 시리즈를 가지고 배틀필드 캠페인과 비교하는 격이다. 당연히 사이버펑크는 좋은 게임이다. 다만 스타필드와 비교하려면 사이버펑크와 스타필드의 강점을 서로 비교해야 한다. 사이버펑크의 강점은 전투, 스토리, 인물 묘사이다. 스타필드가 내세우는 건 우주여행(?), 사이드와 메인 스토리, 기지 거점과 크래프팅이다. 이렇게 하니 어떻게 두 게임을 비교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나? 사이버펑크는 모든 면에서 호평받으며 괜찮은 게임을 넘어서 비로소 명작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타필드는? 기지 거점과 크래프팅, 스토리는 괜찮지만, 수작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우주여행은 나사가 하나가 아니라 무더기로 빠져있다.
도저히 재미로 즐길 수 없는 수준이다. 우주에서 행성 안으로 부드럽게 들어갔다가 나오고, 높은 하늘에서 어디 착륙할지 지형을 살펴보는 일들은 꿈에도 못 꾼다. 이는 결국 다른 행성을 넘나드는 행위를 귀찮은 수준까지 만들었고 가장 중요한 모험이라는 베대스다 게임의 키워드를 빼먹게 되었다. 이동하는 시간이 없다고? 스카이림이나 젤다 야숨처럼 저 멀리 있는 목표물을 향해 내가 직접 가는 과정이 베대스다식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사이버펑크는 도시 디자인을 잘해서 분명 하나의 도시임에도 게임을 계속할수록 다른 공간을 보여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스타필드는 다른 행성은 고사하고 네온이나 뉴아틀란티스 같은 하나의 도시도 금세 질려버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카이림이나 젤다에서 목적지를 향하는 과정인 필드 (스타필드는 우주로 설정했다)가 없으니 사람들은 돌아다녀도 도시만 계속 돌아다닌다. 젤다 야숨으로 비유하면 하테노 마을과 카카리코 마을 사이의 넓은 들판과 산, 강이 없어진 것과 같다. 이런 환경에서 오픈월드의 재미를 느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그래서 결론은...
후... 감정이 동해서 말이 길어졌다. 결론은 깔려면 좀 잘 까란 말이다.
베대스다에게 사이버펑크의 인물 묘사와 연출을 들이대며 욕을 해도 그들은 아무 상관하지 않는다. 스타필드는 사이버펑크와 같은 게임이 아니니까. 오히려 우주여행의 부재로 인해 잘 만들어 놓은 기지 거점 콘텐츠가 재미없어졌다고 하는 게 더 타격이 클 것이다. 동료의 표정이나 자세한 묘사가 사이버펑크에 비해 별로다? 신경 쓰지 않는다. 동료 스토리는 괜찮은 게 사실이고 이 정도 인물 표정, 행동 묘사면 그들도 만족할 것이다(이전 게임들을 보면 지들이 이런 거 잘 못 만드는 건 아나보다). 오히려 뉴아틀란티스의 전철을 이용한 교묘한 맵 짜깁기를 꼬집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사이버펑크는 스타필드보다 훨씬 좋은 게임이다. 하지만 스타필드를 사이버펑크와 비교하는 게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사이버펑크의 특색과는 전혀 다른 부분에는 고쳐야 할 것들이 더 많고 그들은 전혀 고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오픈월드를 위한 시스템을 전부 고치고 사이버펑크의 연출력과 묘사마저 뛰어넘는다면 스타필드는 세기의 게임이 될 것이다.
" 문제는 스타필드의 연출이 아니라 우리가 기대하고 꿈꾸던 모험이 없어진 것에 있다. "
사진출처
Cultured vultures,Starfield: How To Obtain Powers https://culturedvultures.com/starfield-how-to-obtain-powers/
시사저널, 《사이버펑크 2077》, 출시 직후 잦은 버그로 게이머들 집단소송 휩싸일까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474
Gamingbible, Starfield 'fake criticism' slammed by Cyberpunk 2077 developer https://www.gamingbible.com/news/platform/starfield-fake-criticism-slammed-by-cyberpunk-2077-developer-253811-20230907
PCGAMER,10 highlights from the Cyberpunk 2077 gameplay demo https://www.pcgamer.com/10-highlights-from-the-cyberpunk-2077-gameplay-demo/